Jan
26
2019
박상순, 나는 네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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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네가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.

창밖의 봄볕 때문에 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. 

꿈에서 영롱한 바닷속을 헤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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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네가 오래도록 우울하면 좋겠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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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면 좋겠다. 

이 세상에도 없었으면 좋겠다.

그 대신 너를 닮은 시냇물, 우르르 떨어지는 큰 꽃잎들, 

달빛 아래 늘어진 길고 긴 밤 고양이의 그림자, 꿈속의 바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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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,

이 세상에서 네가 없을 때에도 

나는 끝까지 살아남아 

네 모든 것에 어찌할 수 없도록